260331_“메모리 호황? 나도 예상 못했다” 인텔 이끈 겔싱어 첫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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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이 정도로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45년간 반도체 업계에 몸담은 팻 겔싱어 인텔 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지난 3월 19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만나 인터뷰한 자리에서다. 인텔 CEO 재임 시절과 사임 이후 기간을 통틀어 그가 한국 언론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겔싱어는 “(AI 무게추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메모리가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더 중요해질 수도 있게 됐다”며 “AI를 더 지능적으로 만들려 할수록 메모리 수요는 계속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반드시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겔싱어는 3년9개월간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 인텔을 이끌다가 2024년 12월 사임했다.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에 제너럴 파트너로 합류했다. 반도체 투자를 위해 한국을 찾은 겔싱어는 이번 인터뷰에서 메모리가 주도하는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부터 미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에 대한 생각, 인텔이라는 ‘대마’를 이끈 경험 등을 비교적 자세히 공개했다. 이하 1문 1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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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Q1) 대만/일본/한국을 비교하면?
A1) 각자 뚜렷한 강점 보유. 일본은 포토레지스트, 반도체 장비에 강하고 대만은 파운드리에 독보적 리더.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매우 경쟁력 있는 메모리 기업을 보유. AI 시대에 메모리 중요성이 커질수록 한국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음. 한국은 이번 사이클에 수혜를 현재 분명히 누리고 있음
Q2) 최근 왜 이렇게 많은 기술 리더들이 한국을 방문하나?
A2) 메모리 때문. 지금 AI 공급망에서 가장 큰 병목이 메모리고, AI 칩 물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메모리 확보가 핵심이 됨. 다음 단계에서는 더 고성능/플래그쉽의 메모리, 그 다음은 더 많은 양의 메모리가 필요할 가능성이 큼
Q3)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중심 컴퓨팅을 강조하고 있음. 장기적으로는 메모리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
A3) AI는 2~3년마다 큰 전환을 겪음. 신경망에서 머신러닝으로, 그리고 생성형 AI으로, 그 다음은 에이전트 AI로. 그런데 그때마다 메모리 요구량은 오히려 계속 늘었음. 업체들은 다음 단계에서는 더 고성능 메모리, 그리고 더 많은 양의 메모리가 필요하게 될 것
Q4) 메모리 슈퍼 사이클은 얼마나 오래 갈까?
A4) 슈퍼 사이클의 그 끝이 보이지 않음. 물론 모든 사이클은 결국 끝이 남. 하지만 메모리 산업과 한국에는 앞으로 오랜 기간 좋은 시기가 이어질 것. 어쩌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일지도 모름
Q5) 나중에 다운사이클이 오더라도, 과거와는 형태가 다를지?
A5) 메모리 수요의 세 축은 1) PC, 2) 모바일, 3) AI. 지금은 AI가 가장 큰 축이 되었고 이게 전체 수요 구조의 하단을 엄청나게 끌어 올림. 따라서 언젠가 수요가 둔화되더라도 과거처럼 저점이 깊지는 않을 것
Q6) 미국도 한때 메모리 강국이었는데?
A6) 미국은 로직에 강했기 때문에 메모리가 우선순위로 취급되지 않았음. Micron 같은 회사가 계속 남아 있지만, 업계 전반으로는 로직에 집중했음.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에 상황은 극적으로 바뀜
Q7) 메모리의 부상을 예상하지 못했나?
A7) 과소평가했음. 과거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운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움
Q8) 현재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A8) 설비투자에 대한 압박이 더 커질 것. Micron은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할 것이고, 일본 Kioxia나 대만 업체들 같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들도 분명히 움직일 것. 유럽에서도 메모리 투자가 늘어나고 있음. 결국 공급은 증가할 것.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시장을 한국이 이끌고 있다는 점. 한국은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함
Q9) 중국의 CXMT 등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A9) 현재 글로벌 메모리 쇼티지 상황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음. 중국산 메모리를 쓰지 않으면 서버나 PC, 스마트폰을 출하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 중국은 최첨단 공정은 아니더라도 범용 공정에서 공격적으로 CAPA를 늘려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M/S를 가져갈 수 있음. 다만 이게 영구적일 것이라고는 보지 않음
Q10)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반은 어떻게 보나?
A10) 현재는 메모리 한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어서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는 약한 부분들이 많음. 그러나 이제 한국은 한국의 강점을 잘 활용해서 확장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상황. 이는 메모리뿐 아니라 로직과 파운드리 측면에서도 그러함. 한국은 첨단 패키징 역량도 키우고 있고, 냉각 시스템 기술이 성장하기에도 적절한 시점. 이러한 밸류체인이 한국 내에 더 많이 구축될 필요가 있음
Q11) AI 시대에 NVIDIA/AMD 같은 팹리스와 TSMC와 같은 파운드리가 번성하고 있음. IDM은 다소 낡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지?
A11) 업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면 매우 흥미로운 질문. 반도체 산업은 통합형 설계, 제조 모델에서 팹리스와 파운드리 분업 구조로 이동. 그러나 메모리는 여전히 수직계열화되어 있고,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어느 정도는 IDM이 다시 힘을 받는 측면도 있음. 반면 로직 분야의 경우 파운드리 중심의 제조로 이동이 계속 가속화 되고 있음
Q12) 대만 파운드리에 맞설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경쟁자가 나올 수 있을지?
A12) 현시점에서 보면 어려움. 그러나 혁신은 상황을 바꿀 수 있음. CMOS 시대를 넘어 초전도 컴퓨팅이나 양자컴퓨팅으로 넘어가게 되면 새로운 회사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큼. 특히 이 두 분야는 완전히 새로운 파운드리와 공급망을 만들고 기존 생태계를 흔들 수 있음. 다만, 이건 몇 년은 더 걸릴 일
Q13) 조금 더 부연 설명?
A13) NVIDIA도 과거에는 작은 회사였음. 그런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됨. AI 같은 파괴적 혁신, 전환이 일어날 때마다 산업 구조는 재편됨. 기존의 강자가 그런 변화를 직접 주도하는 경우는 매우 드뭄. 그러나 한국에는 오랜 시간 동안 기술 리더로서 핵심 역량을 쌓아온 기업들이 있음. 이 기업들이 다음 파괴적 기술 혁신의 주도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함
Q14) 미국의 반도체가 다시 살아나려면 무엇이 필요?
A14) 기술, 자본, 제조 역량이 모두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공급망도 있어야 함. CHIPS Act는 제조와 기술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새로운 팹을 짓는 것에는 시간이 오래걸리고 공급망을 옮기는 것도 마찬가지. 계속 바뀌어서는 안됨. 앞으로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의 일부로 대만에 의존할 것이지만, 목표는 미국 내 생산을 늘려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것
Q15)한국/대만 기업들이 미국에 팹을 짓는 것에는 비용이 너무 큼. 그들이 얻는 것이 무엇?
A15) 글로벌 전체 경제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 보조금이 비용의 일부를 상쇄해주기 때문에 경제성도 있음[업체들에게]. 업체들은 충분히 다양한 요소를 검토한 뒤 수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
Q16) 아시아 반도체 경영자들이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A16) 공급망. 수율을 높이고, 새로운 팹을 가동하고, 기존 시설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장비를 확보해 생산 CAPA를 확대하는 것 모두 중요
Q17) 한국에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A17) 지금은 아마 한국 테크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 한국은 이 순풍을 반도체 산업 전반, 그리고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확장해야 함. 한국의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성공 사례라고 부르기 어려움. 지금이야말로 위대한 기술 기업을 만들어낼 기반을 다질 때. 지금이 바로 한국이 기회를 붙잡아야 할 순간. "Carpe Diem!"